소중한 인연 아름답게 가꾸세요
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.
이 말은 불교의 겁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.
겁이란 천 년에 한 번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의 나풀거리는 옷자락이
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말합니다.
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연을 갖습니다.
이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맺게 되는 부모, 형제의 연부터,
월하노인이 묶어놓은 빨간 끈으로 이어졌다는 부부의 연,
연인의 연, 그리고 학교와 직장, 그 외의 곳에서 이어지는 사제의 연,
친구의 연등도 있습니다.
그런데 길을 가다 옷깃이 스치는, 잠시 눈이 마주치는 인연도
천겁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만들어진다고 합니다.
천겁의 시간이라면 선녀의 옷자락에
큰 바위 천 개가 닳아 없어지는 긴시간이 될 테니,
그 찰나의 인연조차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인데요.
새삼 내 주위 사람들이 얼마 만큼의 긴 시간을 거쳐
내 곁에 와 준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.
그리고 몇 천, 몇 만 겁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을
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너무 소홀히 대한 것은 아닌지,
티끌 크기도 안되는 일로 미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
되돌아보게 됩니다.
사진 / Blue Gull / 청학동 삼성궁 마고성
임태경 / 옷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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